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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_html": "<p dir=\"auto\">위대한 혁신은 종종 개인의 상실에서 시작한다. 전신(電信)을 발명한 새뮤얼 모스는 아내의 임종 소식을 늦게 접한 것이 후회로 남아 통신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세균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는 전염병으로 자녀를 잃은 계기로 백신 연구에 몰두했다. 진료실을 넘어 창업가의 길로 들어선 보이노시스 신정은 대표의 출발도 마찬가지다.<br><br>신정은 대표는 20여 년간 환자의 목소리를 들어온 이비인후과 전문의였다. 그가 안정적인 의사의 길을 내려놓은 건 치매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이다. 의료 기술의 한계로 아버지의 증세를 미리 알아채지 못한 후회가 신정은 대표를 병원 밖으로 이끌었다. 자신과 같은 후회를 다른 이들은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의사의 감이 아닌 데이터로 치매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겠다는 다짐으로 보이노시스를 창업했다. 신정은 대표의 간절함을 원동력으로, 보이노시스는 ‘2023 국제 음향음성 신호처리 학술대회(ICASSP)’ 알츠하이머질환 판별 챌린지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아버지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딸의 다짐이, 의료 혁신 기술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br><br>이제 그는 ‘치료(Cure)’를 넘어 ‘관리(Care)’를 이야기한다. 일상의 목소리만으로 거창한 검사 없이 뇌 건강을 살피고 생체 나이를 되돌리기 위한 기술개발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목소리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의사에서 창업가가 된 인물, 신정은 대표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br><br>&nbsp;</p><img alt=\"\" src=\"https://framerusercontent.com/images/usFRdtQEXbMaLjVKtSOlKlQTWoc.jpg\"><p dir=\"auto\">신정은<br>22년간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근무하다가, 불현듯 의사 가운을 벗어던지고 스타트업 대표가 된 인물. 치매로 아버지를 잃은 이후, 누구도 자신과 같은 슬픔을 겪게 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AI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보이노시스’를 창업했다.<br><br>경력<br>· 보이노시스 대표이사<br>· 건국대학교 이비인후과 정교수<br>· 건국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 센터장<br>·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임상의<br>·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br>학력<br>·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KMBA석사<br>·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학 석·박사<br>·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교 졸업<br>&nbsp;<br><br><strong>22년간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수만 명의 환자를 돌봤다</strong><br><br>어릴 땐 어머니 밑에서 음악을 배웠다. 바이올린 전공을 준비하다 초등학생 즈음에 불현듯 연습이 싫어 도서관으로 도망쳤다. 악기 연습보다 공부가 체질이라는 걸 알았고, 취미로 삼을 정도로 공부에 열중한 덕에 음대가 아닌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br><br>의대 본과 수업 중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은 60대 환자의 사례를 듣게 됐고, 20년 만에 딸의 목소리를 듣고 눈물 흘리는 환자의 모습을 보며 이비인후과 전공을 꿈꿨다. 이를 계기로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환자를 돌보며 ‘소리를 잃은 이들에게 소리를 돌려주는 것’을 의료 철학으로 삼았다. 단순히 보청기 처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활치료와 지속적인 관심으로 환자의 청력을 되찾아 주고자 노력했다.<br><br>&nbsp;<br><br><strong>보이노시스를 창업하는 데 아버지와의 일화가 계기가 되었다고</strong><br><br>아버지가 치매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은퇴하신 뒤 점점 말이 어눌해지고 행동에서도 이질감이 느껴졌다. 혹시 몰라 병원에 직접 모시고 가 치매 선별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에서 만점을 받으신 탓에 치매 걱정은 접어두었다. 그런데 얼마 뒤 아버지가 치매 진단을 받으셨다. 알고 보니 치매 검사를 예약한 이후 아버지가 치매 검사 내용을 직접 찾아보고 사전에 공부하신 거다. 이를 알았을 땐 이미 아버지의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였다. 치매 진단을 받은 후 4년 넘게 직접 모셨는데, 아버지도 나도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br><br>학식이 높은 분일수록 치매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신다. 평생 쌓아온 게 많은 어른일수록 자존심이 높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작은 수첩을 발견했다. 수첩에 한 시간 단위로 본인이 뭘 했는지 기록해 놓으셨더라. 스스로 본인의 건강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으셨던 거다.<br><br>&nbsp;<br><br><strong>가장 가까이에서 아버지를 살폈던 딸이자 전문의로서 상심이 컸을 것 같다</strong><br><br>그렇다. 아버지와 사이가 정말 좋았다. 첫딸이자 외딸이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성격도, 취향도, 생김새도 비슷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잃은 순간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졌다. 돌아가신 순간이 아니라 치매를 앓으신 이후로 그렇다. 치매 환자 가족을 보살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치매를 앓은 다음부터는 그동안 내가 알던 아버지가 아니었다. 영혼이 없는 아버지를 천천히 잃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br><br>&nbsp;</p><img alt=\"\" src=\"https://framerusercontent.com/images/8EjMcia12wZYErgLosPcqaR7igg.jpg\"><p dir=\"auto\"><br>\"<em>치매는 치료가 아니라 예방이 최선책이다.<br>치매 검사보다도 치매 이상 증상을<br>먼저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이 청력 검사다.<br>누구도 나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br>보이노시스를 창업했다.\"</em><br><br><br></p><p dir=\"auto\"><strong>보이노시스로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strong><br><br>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완치할 수 있는 병은 많지 않다. 대부분 만성질환으로 평생 관리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 말인즉슨, 평소에 관리만 잘한다면 건강한 사람 못지않게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다.<br><br>다만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잔소리다. 일주일에 세 번 30분씩 땀 나게 운동하면 성인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러나 실천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만성질환 환자들을 분기마다 만나는데, 병원을 1년 뒤에 방문하라고 하면 약이 몇 달 치씩 남은 채로 찾아온다. 사람은 짧은 주기로 계속해서 잔소리를 해야 건강을 신경 쓴다.<br><br>그 다음은 교육이다. 다른 사람은 아플지 몰라도 나는 아닐 거라며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환자를 만날 때마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어디가 언제부터 망가지느냐의 차이다”라며 따끔하게 충고한다. 신체 장기가 각각 구분된 것 같지만, 결국 모두 연결되어 한 몸을 이룬다. 어느 한 곳 할 것 없이 몸 전체를 살펴봐야 한다.<br><br>마지막으로 지속적인 관리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간다. 혼자서 병을 이겨내는 사람은 없다. 그나마 과거에는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며 자식이 부모를 부양했지만, 현대에는 이런 문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br><br>가족이 돌봐 주면 가장 좋지만, 그럴 수 없는 이들에겐 가족을 대신해 건강을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이노시스가 ‘지속적인 잔소리’를 건네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br><br>&nbsp;</p><img alt=\"\" src=\"https://framerusercontent.com/images/NsSun1ufz9ulFk9HnPSUe5bJzA.jpg\"><p dir=\"auto\"><em>보이노시스는 자체 개발한 음성 분석 기술로 2023 국제 음향음성 신호처리 학술대회(IEEEICASSP 2023)의 알츠하이머 질환&nbsp;인공지능 판별 세계대회(The MADRessChallenge)에서 1위를 차지했다.</em><br>&nbsp;<br><br><strong>지속적인 잔소리가 목표라니, 흥미롭다</strong><br><br>이를 위해 ‘보이스체크’ 앱을 개발했다. 사용자가 매일 짧은 음성을 녹음하면 뇌 건강 지수를 분석해 보여 준다. 분석 결과가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사전에 등록된 보호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매일 가족이 해야 하는 잔소리를 앱으로 대신하는 거라고 보면 쉽다. 단기적으로는 병원 검진 사이의 공백을 메워주는 생활 속 건강검진 서비스를, 궁극적으로는 직접 녹음할 필요 없이 일상에서 음성을 쓰는 순간마다 자연스럽게 건강을 체크하는 무자각 모니터링 서비스가 목표다.<br><br>뇌 검사에 음성을 활용한다는 것이 사뭇 낯설게 느껴지는데 MRI나 CT는 신체의 구조적 변화를 살피는 장비다. 그 때문에 어느 정도 뇌 구조의 변화, 즉 뇌세포에 문제가 생겨 위축되거나 출혈이 생겨야 확인할 수 있다. MRI나 CT 검사 결과에 이상 증세가 보일 정도면 뇌질환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셈이다.<br><br>반면 음성은 신체 기능적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영역이다. 말을 한다는 건 뇌 측면에선 고차원적인 활동이다. 폐에서 공기를 밀어내고, 미세한 발성을 가능하게 하는 100여 개 이상의 여러 근육을 조절하고 단어를 고르고 문법을 생각해야 비로소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조율하는 게 전두엽과 측두엽 그리고 미주신경 같은 뇌신경이다. 뇌 기능이 떨어지면 근육 조절 능력부터 미세하게 어긋난다. 사람의 귀로는 똑같이 들릴 수 있지만, 정밀한 분석을 거치면 미세한 떨림, 발화 속도의 불규칙성, 음역대 변화 등의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뇌에 큰 이상이 생기기 전부터 음성으로 이상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br><br>또 음성은 그날그날의 컨디션을 보여 주는 것도 장점이다. 충분한 수면을 취했는지, 소화가 잘되는지, 그 외 다른 신체 이상은 없는지 등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매일 몸 건강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br><br>&nbsp;<br><br><strong>보이노시스의 핵심 기술을 설명해 달라</strong><br><br>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목소리도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우리는 이를 쉽게 설명해 ‘음성 DNA’라고 부른다. 보이노시스 기술은 개인별 음성 DNA를 기준으로 건강 변화를 짚어내는 방식이다. 말이 느리거나, 톤이 높거나. 개인의 목소리 특성을 AI 기술로 먼저 파악한다. 핵심은 변화를 감지하는 거다. 평소와 달리 말에서 미세한 떨림이 발견되거나 말의 속도에 변화가 생기면, 그것이 질병 가능성을 확인하는 ‘음성 바이오마커’가 된다. 음성 바이오마커는 음성에서 추출한 신호로 신체적·정신적 질환의 징후를 조기 진단하는 생체 지표를 말한다.<br><br>여타 AI 헬스케어 기업과의 차별점은 전문의의 의료 기술이 적극 개입한다는 점이다. 몇몇 헬스케어 기업은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데 집중한다.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수집한 잡음 섞인 데이터를 쓰다 보니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노이즈에 취약하다. 보이노시스는 기업 대표인 나부터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만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선별한다. 병원 임상으로 검증된 의료 데이터를 기술에 학습시키고, 단순히 파형 분석을 넘어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80여 가지 음향학적 특징을 분석한다.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도 정확도가 높은 이유다.<br><br>이런 기술로 치매 선별은 물론이고 음주 측정 엔진과 스트레스 엔진까지 확보했다. 음주 측정은 정확도가 90% 이상이다. 체내에 술이 들어가면 소뇌 기능이 둔화되면서 혀가 꼬이는데, 혈중알코올농도와 목소리 변화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거다. 스트레스나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코르티솔 수치에 따라 목소리 톤이 달라진다. 목소리 하나로 다양한 분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br><br>&nbsp;</p><img alt=\"\" src=\"https://framerusercontent.com/images/8HiKtMymM8SHVq0g9YYRoT8adKg.jpg\"><p dir=\"auto\"><em>\"사람마다 고유의<br>‘음성 DNA’를 갖는다.<br>음성의 일관성을 파악해<br>미리 질병의 이상 신호를<br>감지할 수 있다.<br>매일 말하는 것만으로<br>건강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em><br><br></p><p dir=\"auto\"><br><strong>의사라는 안정적 삶의 기반을 떠나 창업이라는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했다. 두려움은 없었나?</strong><br><br>진료실과 수술방에서 하던 일을 회사에서 할 뿐 직업이 바뀌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20년 넘게 환자를 보면서 느낀 바가 있다. 인지장애가 진행되는 환자는 목소리부터 달라진다는 것이다. 목소리 톤과 속도, 뉘앙스가 달라진다. 어릴 때 음악을 배운 덕인지, 이비인후과 의료 지식 덕인지는 모르지만 음감에 예민한 편이라 그 차이를 명확히 알아챌 수 있었다. 덕분에 10여 년 전부터 보청기를 사용하는 환자 중 인지장애 초기 징후가 보이면 신경과 진료를 권해 왔다. 다만, 이런 조치가 의사인 나의 감으로 결정할 뿐 객관적 지표와 자료로 진단할 수 없었다. 내가 느끼는 소리의 차이를 과학적 근거로 증명하고 싶었고, AI 기술이 발달한 지금 시점에선 그것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br><br>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진료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해야 한다.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 수가 정해져 있고, 같은 공간에 있어야만 한다. 의사로서 아무리 열심히 임한다 해도 수술방에서 만날 수 있는 환자 수는 많지 않다. 그러나 기술을 개발하면 수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건강한 사람이 아프기 전에 미리 도움을 줄 수 있다. 치료에서 예방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거다. 그 변화를 직접 이끌어 많은 이를 돕고 싶었다.<br>&nbsp;<br><br><br></p><p dir=\"auto\"><strong>보이노시스가 나아갈 방향성이 궁금하다</strong><br><br>라이프스타일 헬스케어의 중추가 되고자 한다. 현재 대웅제약과 협업해 시니어 레지던스 ‘하남케어허브’에 참여하고 있다. 치매가 오기 전,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개입하는 게 핵심이다. 치매는 발병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지만, 그 전 단계에서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요양원처럼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니라 2주에서 3개월 정도 지내면서 인지 훈련과 운동, 식단 관리를 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보이노시스 검사로 무증상 단계에서부터 인지장애 가능성을 선별하고, 위험 신호가 잡히면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연결한다. 단순히 진단에서 끝나는 무책임한 기술이 되고 싶지 않다. 집에서는 앱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오프라인 센터에서 케어받는, 발견에서 해결까지 이어지는 헬스케어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br><br>&nbsp;<br><br><strong>단순한 진단을 넘어 건강한 삶 전체를 돌보는 영역으로 나아가는 셈이다</strong><br><br>그렇다. 단순히 느리게 늙는 걸 넘어서 에이지 리셋(Agereset)영역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고 하지 않나. 나날이 발전하는 의료 기술 덕에 장수할 방법이 정말 많아졌다. 이제는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닌 ‘어떤 모습으로 오래 살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br><br>사람의 나이는 주민등록상 나이니까 바꿀 수 없겠지만, 생체 나이는 다르다.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60대도 40대의 생체 리듬을 가질 수 있다. 가장 치열하게 일하면서 뇌를 혹사시키는 3040세대도 마찬가지다. 보이노시스가 단순히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이유다.<br><br>&nbsp;<br><br><strong>부모님의 뇌 건강을 우려하는 중년 자녀들에게 건네고 싶은 위로가 있다면</strong><br><br>보이노시스를 창업하며 치매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다짐은 개인의 목표이자 아버지와의 약속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옆에서 그 마지막을 지켜보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나와 같은 아픔을 다른 이들도 똑같이 겪게 내버려둘 순 없다. 치매 없는 세상을 만들 때까지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부모님 건강을 걱정하는 중년 자녀들에게 보이노시스가 효도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 그것이 의사이자 보이노시스 대표로서 내 소명이라 생각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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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아버지와의 약속, 치매 없는 세상을 열다 [인터뷰]",
            "summary": "이비인후과 전문의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대표까지, 상실을 동력 삼아 의료 혁신에 앞장서는 인물. 신정은 보이노시스 대표의 이야기.",
            "date_modified": "2026-04-24T16:39:0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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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정지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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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_html": "<img alt=\"ⓒ shutterstock\" src=\"https://framerusercontent.com/images/A8cuSfHsRlUckzyHp43r0QzuQ.jpg\"><p>젊음을 향한 갈망과 노화에 대한 공포. 은퇴한 50세 전직 스타가 신비로운 신약으로 젊음을 되찾는다. 영화 &lt;서브스턴스&gt;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그로테스크하게 풀어낸다. 물론 이야기는 영화적 허구다. 하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더 이상 공상 과학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노화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닐지도 모른다.</p><p><br></p><p><strong>저속노화, 시대의 화두가 되다</strong></p><p>‘저속노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었다. MZ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더 이상 오래 사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그리고 무엇보다 ‘젊게 늙는 것’에 관심을 쏟는다.</p><p>유튜브나 블로그 등 온라인 미디어에는 ‘저속노화 루틴’, ‘저속노화 식단’ 같은 자기 관리 콘텐츠가 봇물을 이룬다. 그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소비 습관도 변화한다.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일반 식용유 대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고르는 건 이제 특별한 선택이 아니다. 간헐적 단식, 저당 간식, 항산화 식품은 건강 마니아층을 넘어 모든 이의 일상이 되었다.</p><p>이 흐름은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산업에도 뚜렷한 변화를 불러왔다. 기존의 보충제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항산화 작용과 노화 방지를 내세운 고기능성 제품이 주목받고 식물성 원료, 장내미생물 기반 솔루션, 유전자 분석을 활용한 맞춤형 제품군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했다.</p><p>주목할 점은 이 모든 변화의 바탕에 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자리한다는 사실이다. 노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다. 관리할 수 있다. 늦출 수 있다. 어쩌면 되돌릴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다.</p><p><br></p><p><strong>병이 된 노화</strong></p><p>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유전학자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2019년 출간한 저서 &lt;노화의 종말(Lifespan)&gt;를 통해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 아닌 과학으로 개입 가능하고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정의한다.</p><p>이 주장은 단순한 철학의 도발이 아니다. 싱클레어는 노화의 분자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세계적 유전체학자다. 그는 수십 년간 NAD+ 대사, 시르투인 단백질, 염색질 안정성 등 세포 수준의 노화 과정을 규명하는 데 앞장섰다. 이론만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복용 중인 보충제 목록과 생물학적 나이 측정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보다 10년 이상 젊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과학계와 대중 사이에 논쟁과 회의,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지난 수천 년간 인류는 노화를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싱클레어를 비롯한 새로운 세대 과학자는 묻는다. 왜 우리는 늙어야 하는가? 그리고 정말 그래야만 하는가?</p><img alt=\"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의 강연. 그의 뒤에 ‘만약 노화가 질병이고, 그 질병이 치료 가능하다면?’ 이라 써 있다. ⓒ davidsinclairphd\" src=\"https://framerusercontent.com/images/hAnW1QGvB60PWW4Q5FyLQMJw.jpg\"><p><br></p><blockquote><p>\"늙어야만 한다는 생물학적 법칙은 없다.\" – &lt;노화의 종말&gt; 중</p></blockquote><p><br></p><p><strong>노화는 ‘CD에 난 흠집’</strong></p><p>싱클레어에 따르면, 노화는 세포가 자신의 기능을 점차 잃어가는 과정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세포 속 DNA를 음악이 담긴 CD에 비유한다. 처음엔 완벽하게 작동하던 CD도 시간이 지나며 표면에 흠집이 생긴다. 재생 장치가 정보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 음악이 흐트러진다. 곡은 그대로 존재한다. 하지만 연주가 더 이상 원래처럼 들리지 않는다.</p><p>DNA 염기서열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후성유전학 표지(Epigenetic Markers)가 손상되면, 세포는 본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싱클레어는 이 현상을 ‘후성유전학 정보의 상실(Epigenetic Information Loss)’이라 부른다. 이를 바탕으로 ‘노화의 정보 이론(Information Theory of Aging)’을 제시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돌연변이나 텔로미어 단축보다 세포가 자신의 정체성과 기능에 대한 ‘정보’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점점 흐려진다는 것이다.</p><p>이 이론은 실험을 통해 일정 부분 입증되었다. 싱클레어 연구팀은 젊은 생쥐의 DNA에 인위로 손상을 가했다. 염기서열은 그대로인 상태였다. 그런데 생쥐는 급속한 노화 징후를 보였다. 털이 희어지고, 장기기능이 저하됐다. 조직 내에는 노화 관련 세포가 다수 발견되었다. 후성유전학 정보만 교란해도 노화가 유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다. 노화가 단순한 세포 마모나 유전자 손상 축적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포 내 정보 시스템의 붕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p><p><br></p><p><strong>시간을 되돌린 실험실의 기적</strong></p><p>그렇다면 노화를 되돌릴 방법은 무엇일까? 싱클레어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해법으로 ‘세포 리프로그래밍(Cellular Reprogramming)’을 제시한다. 컴퓨터를 초기화하듯, 세포의 생물학 시계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다.</p><p>기술의 핵심은 ‘야마나카 인자(Yamanaka Factors)’다. 2006년, 교토대학교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성체세포를 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네 가지 전사인자를 발견했다. Oct4, Sox2, Klf4, c-Myc. 피부세포를 초기 배아 단계처럼 ‘리셋’할 수 있었다. 이 발견은 생물학계에 충격을 안겼다. 야마나카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p><p>하지만 이 기술에는 치명적 한계가 있었다. 네 인자를 모두 사용하면 세포가 과도하게 젊어진다. 암세포처럼 변형될 위험이 있었던 것이다. 싱클레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위험한 인자인 c-Myc를 제거했다. 나머지 세 인자(Oct4, Sox2, Klf4)만 짧은 시간 동안 작동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세포를 완전히 초기화하지 않고, 일부분만 되감는 방식이다. 이른바 ‘부분 리프로그래밍(Partial Reprogramming)’이다.</p><p>2020년, 싱클레어 연구팀은 이 실험의 성과를 학술지 &lt;네이처&gt;에 발표했다. 노화로 시력을 잃은 쥐에 세 유전자를 주입했다. 손상된 시신경세포가 재생되며 시력이 회복되는 것을 관찰했다. 단순히 노화를 ‘지연’시킨 것이 아니다. 이미 늙은 세포가 젊은 상태로 ‘되돌아간’ 첫 번째 사례로 평가된다. 더 놀라운 점은 이렇게 회춘한 세포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경세포는 여전히 신경세포로, 망막세포는 망막세포로 기능했다. 즉 세포가 줄기세포로 초기화되지 않았다. 본래 역할은 유지한 채 생물학 시계만 되감긴 셈이다.</p><p>이 실험은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 생물학 가능성을 실험을 통해 처음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생물학 과정일 수 있다는 새로운 시선을 열어준 것이다. 물론 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가천대학교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다. 설계도만 있다고 집이 저절로 지어지지 않듯, 유전자를 주입한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다”라며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실제 치료로 이어지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라고 전했다.</p><p><br></p><blockquote><p>\"세계 각국의 연구진이 세포의 생물학 시계를 되감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늙는다는 것’의 의미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p></blockquote><p><br></p><p><strong>실험실을 넘어 임상으로</strong></p><p>노화를 조절 가능한 생물학 표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 실험실을 넘어 임상과 산업계로 확장된다. 세계 주요 제약사와 바이오테크 기업, 학계 연구기관들이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p><p>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Metformin)을 활용한 TAME 임상시험(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이 대표적인 시도 가운데 하나다. 미국 내 65세 이상 성인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설계한 이 연구는, 메트포르민이 노화와 관련한 만성질환의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특정 질환이 아닌 ‘노화 자체’를 임상 관찰 지표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주목을 받는다.</p><p>2022년 공식 출범한 바이오테크 기업 알토스랩스도 학계와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설립 직후 약 30억 달러의 초기 투자금을 유치했다.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토스랩스는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통해 손상된 세포기능을 복구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이를 기반으로 질병과 노화로부터 회복 가능한 생물학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사회와 자문단에는 야마나카 교수를 비롯해 후성유전학 및 세포 재생분야의 전 세계 석학이 포진해 있다.</p><p>이 외에도 캘리코,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 유니티바이오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기업이 활발히 활동한다. 노화 세포 제거, 텔로미어 연장, NAD+ 수치 복원 등 노화 생물학의 여러 경로를 표적으로 삼는다. 수백만에서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움직인다.</p><p><br></p><p><strong>고정된 삶의 방식 재구성할 수도</strong></p><p>노화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세계 곳곳의 연구소와 기업이 세포의 생물학 시계를 되감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그들의 시행착오로 ‘늙는다는 것’의 정의는 점차 달라질 것이다.</p><p>머지않은 미래, 병원에서 생물학 나이를 진단받고 맞춤형 노화 개입 치료를 권유받는 일이 그리 낯설지 않을 수도 있다. 교육, 노동, 은퇴, 노년이라는 익숙한 삶의 구조도 점차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있다. 노화가 언젠가 질병처럼 정복될지, 아니면 인간 존재의 불가피한 일부로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과학은 노화라는 오래된 퍼즐을 조금씩 풀어간다. 그 끝에는 우리가 아직 상상하지 못한 삶의 형태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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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젊음을 사는 세상",
            "summary": "모든 이가 늙는다는 운명론은 옛말이다. 노화를 역행하고, 젊음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인류의 상식을 뒤엎었다.",
            "date_modified": "2025-11-27T17:00:00.000Z",
            "author": {
                "name": "정지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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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_html": "<img alt=\"\" src=\"https://framerusercontent.com/images/Jxa9HA0TmTVblZUHdM6k45VU.jpg\"><p><strong>스마트폰이 뇌를 망가뜨린다</strong><br><br>한 고등학생이 진료실을 찾았다. 자신도 모르게 킁킁 소리를 내는 틱 증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주변 친구들이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된다며 치료를 원했다. 틱은 보통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을 두고 경과를 지켜보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의 학습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기에 약물 치료를 권했다. 다행히 큰 부작용 없이 틱 증상이 호전됐다. 대부분 상황에서 증상이 호전되었는데도 여전히 틱 증상이 발현될 때가 종종 있다. 바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다.</p><p>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즉각적으로 틱이 악화되는 해당 사례 학생의 경우로 미루어 보아, 스마트폰이 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스마트폰을 본다고 문제가 즉각적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현대인이&nbsp;스마트폰 사용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한 채 오랜 시간을 스마트폰과 함께 보내는 이유다.<br><br>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사용과 도파민 시스템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가 다수 발표되는 추세다. 네덜란드 라트바우트대학교(Radboud University) 연구진은 스마트폰 사용, 그중에서도 SNS 사용 비율과 도파민 분비량의 상관관계를 PET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 그 결과 SNS 사용 비율이 높을수록 선조체의 도파민 합성 능력이 저하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즉 SNS를 많이 사용할수록 도파민 시스템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br><br>사우디아라비아 킹사우드대학교(King Saud University) 연구팀 역시 스마트폰 사용과 인지기능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몬트리올 인지 평가(MoCA, Montreal Cognitive Assessment)를 사용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수록 MoCA 점수가 낮아졌으며, 이는 곧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실제로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p><p><br></p><p><strong>끝없는 스크롤, 끊임없는 자극</strong><br><br>스마트폰 사용은 어떤 기전으로 도파민 시스템의 기능을 저해하고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일까? 스마트폰의 각종 애플리케이션은 우리 뇌의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함으로써 과도한 도파민 분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도파민을 ‘보상 물질’로 오해한다. 하지만 도파민은 즐거운 경험 뒤에 주어지는 보상 그 자체가 아니라 ‘보상을 기대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어떤 보상을 얻을 가능성이 생길 때 도파민은 각성을 유발하고, 활력을 북돋아 보상을 획득할 확률을 높인다.<br><br>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는 이 ‘기대감’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도파민 분비를 유도한다.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연인에게 연락이 오지는 않았을까?’, ‘새롭고 흥미로운 영상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기대한다. 재미있는 영상이나 게시글을 찾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스크롤을 올리는 동안 이런 기대감이 유지되면서 도파민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애플리케이션은 대부분 무한 스크롤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뇌가 끝없이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든다.<br><br>물론 도파민 시스템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스마트폰만은 아니다. 술, 담배, 자극적인 음식, 게임, 쇼핑 등 역시 중독 수준에 이르면 도파민 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도박이나 마약의 경우에는 단 한두 번만으로도 도파민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기에 더욱 위험하다. 실제로 마약은 도파민 수용체에 직접 관여해 수용체를 망가뜨림으로써 일상생활 수준으로는 정상적으로 도파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도록 만든다.<br><br><br></p><p><strong>몰입이 사라진 일상</strong><br><br>도파민 시스템의 기능 저하는 단순히 뇌의 주의력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일상적인 삶의 만족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 뇌는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하는 순간, 도파민 시스템으로 인해 강한 쾌감과 만족감을 경험한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이런 상태를 ‘몰입’이라 명명했으며, 몰입 상태에 들어간 우리는 외적 보상이 없더라도 그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과 충족감을 느낀다.<br><br>우리는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일상에서 종종 몰입을 경험한다. 이런 순간에 얻는 쾌감은 우리가 그 일을 지속하고 전념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그러나 도파민 시스템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몰입을 경험하는 횟수가 줄어든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 연구진은 뇌 영상 검사를 통해 도파민 수용체 기능을 측정하고, 동시에 개인이 얼마나 자주 몰입을 경험하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도파민 수용체 기능이 떨어질수록 몰입 경험 빈도가 유의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도파민 시스템 기능이 저하되면 단순히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을 높여주는 몰입 경험 자체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이로써 일에 대한 동기와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p><p><br></p><img alt=\"\" src=\"https://framerusercontent.com/images/kyXa57pv3SjYX2AXNvQjb6H3Q.jpg\"><p><br></p><p><strong>뇌도 휴식이 필요하다</strong><br><br>그렇다면 도파민 시스템을 정상화해 저하된 인지기능을 회복하고 일상에서의 만족감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안으로 ‘도파민 단식’을 제안한다.<br><br>최근 일정 시간 동안 식사를 제한하는 ‘간헐적 단식’이 대중적 건강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단식이라는 행위 자체는 종교적이거나 생리적인 이유로 인류 역사에서 오래도록 반복되어 왔지만 ‘건강’과 ‘다이어트’가 목적인 간헐적 단식은 2012년 이후 유행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존스홉킨스대학교,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에서 혈당 조절, 대사 건강 증진, 체중 감소 등 간헐적 단식에 대한 긍정적인 과학적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현재는 의학적 타당성을 갖춘 식사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든 사람에게 간헐적 단식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열량이 과도한 음식을 섭취하거나 대사 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에겐 간헐적 단식이 건강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다.<br><br>도파민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현대사회는 스마트폰, 다양한 중독 대상으로 우리의 도파민 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다. 이는 도파민 시스템의 기능을 저하해 일상에서 정상적인 도파민 시스템의 작동을 저해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도파민 단식’이다.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는 대상 자체를 멀리함으로써 도파민 시스템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독 연구를 살펴보면, 중독 대상을 중단할 경우 도파민 시스템의 기능이 서서히 회복된다.<br><br>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필자는 ‘첫 환자를 만나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려 한다. 이렇게 하면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전까지의 시간을 스마트폰 보느라 허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업무로 이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시간은 점심 무렵이 된다.<br><br>또 다른 원칙은 밤 10시 이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늦은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면 온전히 숙면을 준비할 수 있다.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원칙만 지켜도 하루 중 10시간 이상을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br><br>물론 이런 습관이 누군가에게는 불안이나 허전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몇 시간 정도 소식을 늦게 접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만한 일은 거의 없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사고를 며칠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일조차 몇 시간 만에 알 수 있다. 이는 편리하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소식을 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에 도파민 시스템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단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br><br>현대사회의 수많은 자극과 정보 속에 지쳐 있다면, 도파민 단식에 도전해 보자. 도파민 시스템 기능이 회복될수록 우리는 더 활력을 얻고, 더 자주 더 깊이 몰입하며, 삶의 만족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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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뇌를 위한 도파민 단식",
            "summary": "끊임없는 자극은 오히려 결핍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뇌의 도파민 시스템이 망가지기 전에 ‘단식’을 시작할 때다.",
            "date_modified": "2025-10-27T17:00:00.000Z",
            "author": {
                "name": "정지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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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_html": "<p dir=\"auto\">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리우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개인 결승전. 대한민국 대표팀 박상영은 헝가리의 베테랑 검객 게저 임레에게 4점 차이로 뒤지며 벼랑 끝에 몰렸다. 마지막 3세트에 돌입하기 전 그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라고 혼잣말을 되뇌었다. 숨을 고른 후 다시 검을 든 그는 기적처럼 15 대 14로 역전하며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영의 역전승은 기술과 체력이 아닌 심리적 역량이 스포츠 경기의 진정한 승부처임을 증명했다.<br><br>예상치 못한 변수와 압박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사람이 결국 승리를 거머쥔다. 이런 점에서 스포츠는 우리 인생과 닮았다. 여기에서 핵심은 ‘불안한 감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그렇다면 불안을 긍정적 동력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p><p dir=\"auto\"><br></p><img alt=\"ⓒden\" src=\"https://framerusercontent.com/images/BeTkpOflMpjnFuGC8ffCXgaiC4.png\"><p dir=\"auto\"><br></p><p dir=\"auto\">불안을 추진력으로 바꾸는 ‘성공학’<br><br>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단련하듯, 심리도 훈련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 스포츠심리학은 우울 등을 완화하는 데 집중하는 일반심리학과 달리 평균 수준의 심리 상태를 이상적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심리 훈련에 초점을 맞춘다. 즉 일반심리학이 마이너스에서 제로로 회복되는 걸 목표로 한다면, 스포츠심리학은 제로에서 플러스로 도약을 지향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스포츠심리학은 ‘성공학’으로 불리기도 한다.<br><br>여러 감정 중 스포츠심리학이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불안’이다. 불안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잘 관리하면 집중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평소 잘하던 동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입스(Yips)’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와 박인비, 테니스 선수 아나 이바노비치 등 수많은 선수가 입스를 겪었다. 2008년 US오픈 이후 입스로 슬럼프를 경험한 박인비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코스에 나가는 것 자체가 괴로웠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br><br>기본적으로 스포츠심리학에서는 불안을 긍정적 에너지로 바라본다. 스포츠 심리 교육 전문기관 ‘멘탈 퍼포먼스’ 이상우 대표는 불안을 ‘잘하고 싶다’는 심리에서 비롯된 감정으로 해석한다. 불안은 불청객이 아닌 기대에 찬 흥분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적정 수준의 긴장감과 불안감이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가 경기를 앞둔 선수에게 “불안이 찾아오면 따뜻하게 맞이하라”라고 조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br><br>이런 관점은 그라운드 밖 상황에도 얼마든지 적용된다. 프레젠테이션, 업무 미팅 등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상황을 반복 경험하는 현대인의 일상은 스포츠 선수의 경쟁 환경과 유사하다. 이상우 대표 역시 스포츠심리학을 일상에 활용하면 불안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업무 수행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br><br>&nbsp;<br><br><strong>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strong><br><br>불안을 잘 다루기 위해선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상우 대표는 통제 가능성을 구분하는 것이 불안 조절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실수하지 않기’, ‘실점하지 않기’ 등 통제 불가능한 미래의 일을 계속 떠올리다 보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뿐 아니라 눈앞에 있는 과제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자신이 통제 가능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다면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미리 세워둔 전략을 점검하거나 자신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br><br>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과정 단서에 집중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안이 높아지면 생각이 많아져 주의가 분산된다. 이때 한 가지 과정 단서에 몰두하면 마음이 안정되어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 과정 단서란 특정 행동을 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필수 요소를 의미한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실천한 자신만의 방법이나 좋은 결과를 냈을 때 자신이 받은 느낌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동일한 동작을 수행하더라도 사람마다 모두 다른 과정 단서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 타자의 ‘공을 끝까지 보기’, B타자의 ‘회전축 고정하기’는 모두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정 단서다. 이렇게 자신만의 구체적인 과정 단서를 설정하고, 여기에 집중하면 심리적 동요를 최소화하고 불안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이나 비즈니스 미팅 준비 단계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성공적인 발표 경험을 떠올려 보며 ‘첫 문장에 집중하기’, ‘시선을 천천히 이동하기’, ‘평소보다 한 템포 천천히 말하기’ 등의 과정 단서를 설정하면 집중력을 유지하고 불안감을 자기 확신으로 바꿀 수 있다.<br><br>&nbsp;<br><br><strong>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라</strong><br><br>운동선수가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각성 상태를 조절해야 한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몰입의 영역으로 접어들게 돼 수행 능력이 극대화된다. 이때 심리적 에너지가 너무 낮으면 무기력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반대로 지나치게 높으면 과도한 긴장과 불안으로 평소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불안을 긍정적 에너지로 해석해 심리 상태를 조절하는 훈련이 필요하다.<br><br>이상우 대표는 몰입 상태에 이르기 위한 전략으로 이미지 활용과 자기암시를 강조한다. 역도 선수 장미란과 축구 선수 박지성 역시 이 기법을 실전에 활용했다. 장미란은 훈련할 때 눈을 감고 경기 과정과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으로 상상했고, 박지성은 그라운드에 나갈 때마다 “나는 이 경기장에서 최고 선수다”라는 말을 되뇌어 불안을 긍정적 에너지로 바꿨다.<br><br>훈련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이미지 활용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도구다. 머릿속에서 목표 상황을 그리며 성공의 감각을 미리 경험하면 실전에서도 침착하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효과를 높이려면 시각, 청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이미지의 선명도를 실제와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예컨대 회의나 발표를 앞두고 있다면 공간의 모습, 청중의 표정과 반응, 자신의 목소리 톤과 말하는 방식, 장내 분위기, 창밖 풍경까지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마친 후에는 기억해야 할 점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어떤 부분에서 심호흡을 해야 할지, 언제 청중과 눈을 맞출지, 말하는 속도나 목소리 톤은 어떻게 조절할지 미리 기록해 두면 실제 상황에서 훨씬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다.<br><br>실전 단계에서 활용할 불안 조절 방법으로는 자기암시가 있다. 특정 생각을 반복적으로 주입해 무의식에 영향을 주고, 초긍정 마인드셋으로 바꿔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불안이 커진다면 ‘넌 할 수 있어’, ‘자신 있게 하자’, ‘용기 있게 하자’ 등의 문장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프레젠테이션 도중 긴장으로 말이 빨라진다면 ‘더 천천히’, ‘침착하게’ 같은 간단한 문구를 머릿속에서 되뇌는 것이 좋다.<br><br>불안은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적절히 활용해야 할 심리적 자원이다. 결정적 순간에 찾아오는 불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한 도화선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제 가능한 요소와 과정 단서에 집중하고 이미지 훈련과 자기암시를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불안은 성공을 향한 가장 강력한 연료가 되어 있을 것이다.</p><p dir=\"auto\"><br><strong>SUMMARY. 스포츠심리학 전문가가 권하는 내면 훈련 방법</strong></p><blockquote><ol dir=\"auto\"><li data-preset-tag=\"p\"><p>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구분하기</p></li><li data-preset-tag=\"p\"><p>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과정 단서에 집중하기</p></li><li data-preset-tag=\"p\"><p>업무 환경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실제 수행 시 주의해야 할 점 기록하기</p></li><li data-preset-tag=\"p\"><p>불안감이 심화될 때 ‘할 수 있다’, ‘침착하게’ 같은 긍정적 문장 반복하기</p></li></ol></blockquote><p dir=\"auto\"><br></p><p dir=\"auto\"><em>advice 이상우(스포츠심리학 박사, 멘탈 퍼포먼스 대표)<br>illustrator 장인범</em></p>",
            "url": "https://www.dwcarehub.com/community/column/%EC%8A%B9%EB%A6%AC%EC%9D%98-%EC%8B%AC%EB%A6%AC%ED%95%99",
            "title": "승리의 심리학",
            "summary": "스포츠든 인생이든, 불안을 다스리는 자가 승부의 세계를 지배한다.",
            "date_modified": "2025-09-03T13:00:00.000Z",
            "author": {
                "name": "김보미 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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